십이운성-07 병
7. 병 病
노쇠에 접어든 초로의 쇠가 세월 따라 점점 심해지고 지나치면 병이 생긴다.
병은 오장육부의 기능이 정상을 유지 못하는 비정상 상태로서 늙음이 깊어진 중로의 현상이다.
병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정기가 쇠퇴해서 허약하고 무기력한데서 오는 허증과 정기를 파괴하는 사기(邪氣)가 왕성해서 오는 실증이 그것이다.
12운성 병은 노쇠가 심해서 나타나는 병이니 허증에 속한다.
사람을 먹이고 살찌우는 기름을 생산하는 장기의 기능이 노쇠하고 허약해짐으로 기름의 생산능률이 떨어짐과 더불어 공급이 부족해짐으로서 모든 기능이 허기지고 무기력해진 것이다.
허기가 심하면 그대로 쓰러지고 움직일 수 없듯이 늙음이 심하면 병이 들고 움직일 수가 없다.
늙기도 서러운데 병까지 들면 인생은 막차에 탄 셈이다.
머지않아 죽음의 종착역에 이르면 만사는 끝장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일에 있지 않고 오늘에 있다.
죽어지면 그만이지만 앓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병실에서 누운 채 꼼짝 할 수가 없으니 외롭고 답답함이 미칠 것만 같다.
늙고 병든 인생에게 사람 손길이나 다정한 벗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자식들조차 멀리하려는데 어느 누가 반겨주겠는가?
그때가 되어야 환자는 인생이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끼는 동시에 지난날의 인생을 크게 참회하고 백번 뉘우친다.
눈을 지그시 감고 돈 있고 벼슬하며 몸 튼튼하고 잘살았던 과거시절을 조용히 회고해 본다.
나만이 살겠다고 나만이 잘났다고 나만이 먹겠다고 인정사정 없이 독불장군처럼 살아온 내가 아닌가?
출세와 치부를 위해선 친구는 물론 혈육까지도 저버리고 불의와 배신을 식은 밥먹듯 못되게 굴지 않았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못살게 했던가?
걸핏하면 시기하고 질투하며 중상하고 모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억울하게 괴롭히었는가?
그 죄는 천만번 죽어도 가실 길이 없으리라.
그처럼 몰인정하고 쌀쌀했던 자신 이젠 병들어 누었으니 어느 누가 거들떠보겠는가?
어쩌면 손뼉을 치고 춤까지 추면서 기뻐할는지도 모른다.
천장만을 온종일 쳐다보면서 감옥보다 쓸쓸한 병상에서 누워 있자니 고독이 뼛속까지 스민다.
그럴 때 문병객이 쑥 나타났다고 하자.
그리고 먹고 싶었던 과일과 음식까지도 듬뿍 가지고 왔다면 어찌되겠는가?
환자는 구세주를 만난 듯 기쁘고 즐거워 할 것이다.
만일 그 문병객이 옛날에 내가 괄시했던 동기간이나 친구들이라면 너무도 고마워서 참회의 눈물을 쏟을 것이다.
그처럼 병은 육신을 괴롭히는 반면에 철부지의 인생에게 참 인생과 철을 가르쳐주는 위대한 철학자요 스승이기도 하다.
사람은 병들면서 비로소 자신과 인생을 되돌아보고 무엇이 참이요 거짓인지를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이미 자신은 세상과 만인으로부터 격리된 환자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다.
환자의 큰 고통은 육신의 아픔이 아니고 외로운 고독이다.
그는 고독을 병보다도 더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만일 이제라도 갑자기 숨이 가쁘게 끊어지면 어찌될 것인가?
누군가가 옆에서 지키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
환자를 가까이 보살피는 것은 간호원이다.
환자는 간호원이 마치 천사처럼 아름답고 귀엽기만 하다. 하지만 간호원은 직무상 기계적으로 대할 뿐 인정이나 사랑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래도 환자를 진실로 위로하고 보살피는 것은 문병객이다.
그래서 환자는 눈만 뜨면 천장 아닌 출입문만을 지켜본다.
이때나 저때나 혹시나 어느 누가 찾아오지는 않을까? 해서다.
병든 것은 육신뿐이 아니고 정신도 마찬가지다.
그처럼 씩씩하고 사나우며 강인했던 정신이 이제 육신보다도 더 늙고 병들어서 맥을 추지 못한다.
연약한 여인처럼 마냥 허약해지기만 한다.
사주의 뿌리인 월지나 일지에 병의 별을 타고난 사람은 무척 다정다감하고 인정사정에 밝다.
고독을 가장 싫어하고 언제나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 이야기하는 것을 가장 즐긴다.
음식을 먹어도 혼자 먹는 것보다는 같이 회식하는 것을 즐긴다.
내가 괴로우면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서슴지 않고 기뻐하듯이 남의 괴로운 사정을 보면 가만히 보고만 있지를 못한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보살피는 데 앞장을 선다.
환자는 감상적인 음악을 벗으로 삼듯이 병의 별은 감상적인 음악과 이야기를 좋아한다.
몸이 비정상적이듯이 기분과 감정도 비정상적이다.
한 가지를 지루하게 지킬 수 없듯이 변덕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데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병든 것은 몸뿐이 아니고 인생 그 자체도 비슷하다.
인생관도 건전하기는 어렵다.
오늘보다도 내일을 걱정하는 환자의 심리처럼 병의 별은 현실보다도 미래를 더욱 치중한다.
환상이나 노파심이나 기우 또는 엉뚱한 생각을 곧잘 한다.
변덕은 있을지언정 마음은 착하고 순한지라 친구가 많다.
병은 환자의 별이듯이 병의 별을 가진 사람은 환자와 인연이 많다.
간호원, 의사, 약사들의 사주에서 병의 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주의 12운성을 보면 그 인생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 [성격]
신체가 병약해지면 공상적이 되거나 지나치게 미리 걱정이 많아진다.
공상 상상력이 많고 쓸데없이 미리 걱정근심 많은 성격이다.
남이 볼 때 외면은 명랑하고 밝으며 농담도 잘하며 사교성도 매우 좋으나 내심에는 지나치게 혼자 걱정과 근심이 많아 때로는 비관적인 성격을 숨기고 있다.
결단력과 실행력이 약한 것이 특징이나 그런 결점을 명랑한 성격으로 포장하고 있다.
사회적인 교제는 많고 인품이 좋아 신용도가 높다.
남과 대화하고 회합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라서 자연히 남을 돌봐주고 자원봉사도 잘하고 어려움도 도맡아 처리해준다.
가정 내에서는 공연히 불평이나 불만을 토로하며 작은 일에도 일희일우(一喜一憂)하며 배포가 두둑하지 못하다.
봉사 희생심이 많아 사람들이 자연히 많이 따른다.
인간적인 그릇이 크지 않아 두령으로는 부족하다.
2) [자리]
년주 병 : 조상의 대가 약하고 본인은 병약하다.
월주 병 : 부모 형제가 병약하며 본인의 중병이 암시된다.
일부 병 : 부부사이가 병약하다.
시주 병 : 자녀의 질병이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