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시모음

어버이 떠날때. 나를 봤다

유프랭크지안 2017. 6. 13. 12:36

지안스님 시 (2)

어버이 떠날 때

눈물이 고인 채 뒤돌아선 임을 뒤로하고 떠나올 때

크나큰 미련과 서글픔이 이다지 오랜 세월 동안

나를 괴롭게 할 줄 몰랐네

계절 수없이 바뀌고 수많은 시간이 흘러

임 모습마저 뚜렷하지 않네

임의 사랑을 어찌 뿌리치고 떠나 왔을까

잊으셔요하며 부탁드린 말

괜스럽게 부려 본 객기이었나 봐

살을 여미는 그 날의 아픔 한 순간도 잊은 일 없네

임이시여!

부디 건강 하소서..............

<출가하던 날1974> 

나를 봤다

오늘 나는

20여 년 전 나를 봤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조용한 침묵 속에 꿇어앉아

출가 의식을 받는 자

이십여 년 전

바로 내 모습이었다.

오늘 나는

수년의 잉태 끝에

많은 불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순산했다.

새끼 하나를

육신은 성장했어도

마음만은 어리고 어린 새끼가

자연 환경

오탁한 인간 오염 속에

송죽같이 자라 주기를

바라고 원할 뿐이다.

<1996. 9. 23.>

내 인생이여

언제 이었을까

그 언제부터일까

무쇠 같은 내 가슴에

뜨거운 열망의

불을 지른 그대여

나의 마음

나의 영원

꿈속의 폐허에 버리고

고독이여

고통이여

검붉은

내 인생이여. 

혼자서 걸어도

졸음이 와 졸고 있는

가로등 아래로

안개가 자욱히 번지는

밤길을 걸어 봐요

님의 따스한 손 살포시 잡으면서

사랑이 담긴

눈길을 건너 주어 봐요

혼자서 걸어도

멋과 낭만이 깃든 밤길

님과 같이 걸어가면

더욱 더 아름다워요

서투른 사랑의 고백일랑

이 날은 하지 마세요

밤 안개는 사랑하는 가슴처럼

포근하고 아름다우니

그냥 걸어도 좋은 밤이 될 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