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법문
입춘 立春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은 봄을 일어세우는 날입니다.
입춘(立春) 한자를 그대로 보면 설립 즉 일어설 입자와 봄 춘자로 봄이 일어선다.
즉 봄이 시작하는 날이며 24절기가 시작되는 것으로 동양 음양 오행으로는 한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잠자고 쉬면서 정지되어 멈추었던 모든 만물이 일어나는 날입니다.
한해가 시작되고 봄이 일어서는 날.
부처님의 도량에서 사부대중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공덕으로 이루어진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더불어 함께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냅시다 하는 뜻으로 마음에서 울어나는 큰 박수로 부처님께 공양합시다.
"박수"
부처님 사랑합니다. "박수"
스님 사랑합니다. "박수"
불자님들 사랑합니다. "박수"
특히 생명의 온기를 선물하는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으니 마음이 설레기도 합니다.
물론 양력으로야 이미 새 해 이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입춘 시절을 맞이한 정월을 새해로 인식해 왔습니다.
특히 이때가 되면 만물이 깨어나기에 우리 불자들은 입춘에 일년 살이 계획을 잘 세우고 원력의 씨앗을 파종해야 할 것입니다.
달력상으로는 24절기 중 소한, 대한 다음에 오는 3번째 절기이지만, 계절의 시작인 봄을 알리는 절기여서 24절기의 처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24절기는 농경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한 해의 풍년과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 고유의 풍습 중 하나입니다.
또한 홍수와 태풍, 화재의 세 가지 재난인 삼재와 팔난(왕난, 적난, 화난, 수난, 병난, 인난, 비인난, 독충난)에서 벗어나 일년 내내 무탈 하기를 소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간에는 입춘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방을 대문에 붙이고 삼재풀이의 부적을 저마다 지니는 풍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부적을 기복과 미신으로 생각하여 이를 저급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적은 동양권의 전통과 사상이 담긴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의 하나입니다.
또한 입춘이나 동지 같은 민족 고유의 풍습이 불교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불법의 범주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부처님 가르침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보다 중생 구제에 있습니다.
이타적 보살 사상이 성행하면서 이러한 사상은 더욱 강조됩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을 조명해 보아도 불교라는 이름으로 종교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홍포하는 과정에서도 오히려 그 지역의 문화와 사상을 존중하고 이해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포용력을 발휘해 과감히 수용하고 함께 공존해 왔습니다.
사찰 내 산신각, 칠성각. 용왕각 등의 전각이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같이 불교에서는 중생을 교화함에 있어 그것이 비록 비불교적인 토속신앙이라 하더라도 여법하게 수용해 왔습니다.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해 서역을 통해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래되는 과정을 살펴보아도 그런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래종교인 불교가 우리 민족의 전통 종교로 뿌리깊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불자들은 입춘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고 생활에 응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해에는 특히 우리 불자들이 앞장서서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중생들의 소박하고 간절한 소망을 불교적으로 받아들여 그들을 위해 축원하고, 입춘이 가진 생명력과 대중성을 매개로 하여 부처님의 중생구제라는 가르침으로 변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도록 합시다.
60년 만에 찾아온 지혜롭고 현명한 온고한 양의의 편온한 기운이 한반도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바라며, 다시 한 번 새해한해 불자의 가정마다 그 이웃 두루 더불어 함께 만사형통하시고 부처님 가피가 늘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다같이 모두 더불어 성불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