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 시(6)
허하긴 허해
무엇인가 허전하구나
마음이 허전한가
아니다 잊은 지 벌써 인데
주위가 허전한가
포기한지 오래인데
무엇이
이렇게 허전하게 만들꼬
속이 허전하고 위 속이....
그렇다
속에 있는 창자도 나를 믿고
살아가는데 불쌍타
지안이 창자도
다른 놈 만났으면 포식 할 텐데
그저
굶는 것을 밥먹듯이 하니
찬장 냉장고 다 열어 봐도
목적 있이 무엇을 찾는 것도 아니면서
그저 푹 쉰 김치와 매운 고추장 뿐
라면으로 인사치레 해야지
그런데
라면 군이나 라면 양도 없구나
길모퉁이 슈퍼에 라면 사러 가는구나
밥통을 위해
팔다리 머리 모두 고생이군
오늘 따라 모퉁이 슈퍼는 휴일
골목길
군데군데 가로등 눈뜨고 졸고 있구나
쌀쌀한 겨울 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종종 걸음
큰 길 편의점을 향하는데
어느 놈이 따라 붙는다
걸으면 걷고 뛰면 뛰고
멈추면 멈추고
이놈 봐라
네 이놈
대체 무엇 하는 놈이
어른 행차에 졸래졸래 따르느냐
어서 일러라
네 저는
원래 본관은 강릉 유씨이며
이름은 용龍자 기둥柱자를 쓰는데
부처님께 귀의하여
뜻志자
눈眼자를 쓰시는 큰스님의
그림자입니다.
허허 허......
그놈 총명하고
영리하고 지혜롭긴 한데
志眼이 큰스님 무어냐
龍柱로 쓰면 잡놈이고
志眼이라 쓰면 잡중
땡중 땡초 똘중이니
본시 똘이 본관이니라
헛튼소리 하는 것 보니
속이
허하긴 허하구나
아이고 춥구나
체면이 무엇이고 뛰자
가로등이
이걸 보고 중도 뛰네 하는구나.
<94겨울 법왕대학>
만남이여
너와 나의 만남은
우연히 만난 인연이 아니라
삼보가 맺어 준 불은 의 결실
너와나
서로 믿고 의지하여
보다 큰 보리도 이루길 서원
옴치림 옴치림 .......
몸과 마음 하나 되는
너와 나의 만남이여
너와 나의 침묵은
하고픈 말이 없어서 아니라
마음을 스치는 지난 업장들
너와나
참회하고 용서하는
보다 더 정진과 수행을 기원
옴치림 옴치림 .......
인과 연과 인연 고리
너와 나의 침묵이여.
말이 말아닌 말
나를
이 몸뚱이로 보지 말라
나를
이 목소리로 찾지 말라
나는
이 몸뚱이가 아니다
나는
이 목소리가 아니다
이 몸뚱이의 주인공을 못 보고
이 목소리의 임자를 못 찾고
이 몸뚱이를 나라고 하는 이는
이 목소리를 나라고 하는 이는
옳지 않은 길로 떨어진 사람이다
참 나를 보아야 한다
몸뚱이의 임자를 보아야 한다
목소리의 임자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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