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 시(4)
웬일일까
모였던 님들이 돌아간 뒤
썰렁한 방구석 낡은 침대에
팔 베고 벌렁 누워 천장을 보니
웬일일까
어머님 얼굴이 보인다
지워 버려야지
옆으로 돌아누워 창 밖을 보니
안개 속 가로등 깜박깜박 졸고
심야 자동차 소리만 들리는데
웬일일까
아버님 얼굴이 보인다
지워 버려야지
벌떡 일어나 TV를 켜니
화면은 백색 소리는 지지지지....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쟁반 위에 맹물 한 컵 마시고
멍청히 허공만 보고 있으니
누가 보면
선 삼매 들었다 하겠지.
자식이 무엇인지
자식이 무언지
새끼가 무엇이기에
죽음의 산고를 겪으면서
토해 낸 혈육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고
쥐면 꺼질라
불면 날아갈라
고이 기른 정성도 모자라
무릎이 깨어지는지
입술이 터지는 지도 모르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절하며 염불하는 아낙이여
자식이 무언지
새끼가 무엇이기에
<91년 대학진학 철야기도>
허우적거린
널리 널리 넓적하게 펼치리
이내 마음 널리 온 누리 덮도록
허공 속에 허우적거린 너와 나
임이여
흐르는 조류에 내 님 휘말려서
잠시
내 곁을 떠나려나 보다.
마음에 포근한 잔디 심고
돌아 올 임을 위해
다듬고 가꾸어 보리.
변해 버렸네
당신을 알기 전에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같이
부잘 것 없는 사내이었는데
당신을 알고부터는
넓은 바다
드높은 산
난
이렇게 변해 버렸네
허나
당신의 깊고 깊은 그 마음만
아직도 읽을 수 없네
밤과 낮 가리지 않고 알려고 해도
아직 가늠할 수 없는 내 님 당신
당신을 대할 때마다
냄비에 콩 볶듯
내
자그마한 가슴도 허공에 뜀박질하네.
조용한 목소리
사랑하는 연인과 냇가에 나란히 앉아
가슴이 두근두근 무엇을 어찌 할지를 몰라
나는
애꿏은 풀만 쥐어뜯다가 용기를 내어
조용한 목소리로
난 난 . . .
그대를 진심으로 사 . . .
부끄러워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말았다
따사로운 햇살은 냇물에 반짝이고
향기로운 꽃 내음음 미풍에 실려 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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