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스님시모음

웬일일까. 자식이 무었인지.허우적

유프랭크지안 2017. 6. 13. 15:01


지안스님 시(4)

웬일일까

모였던 님들이 돌아간 뒤

썰렁한 방구석 낡은 침대에

팔 베고 벌렁 누워 천장을 보니

웬일일까

어머님 얼굴이 보인다

지워 버려야지

옆으로 돌아누워 창 밖을 보니

안개 속 가로등 깜박깜박 졸고

심야 자동차 소리만 들리는데

웬일일까

아버님 얼굴이 보인다

지워 버려야지

벌떡 일어나 TV를 켜니

화면은 백색 소리는 지지지지....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쟁반 위에 맹물 한 컵 마시고

멍청히 허공만 보고 있으니

누가 보면

선 삼매 들었다 하겠지.

자식이 무엇인지

자식이 무언지

새끼가 무엇이기에

죽음의 산고를 겪으면서

토해 낸 혈육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주고

쥐면 꺼질라

불면 날아갈라

고이 기른 정성도 모자라

무릎이 깨어지는지

입술이 터지는 지도 모르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절하며 염불하는 아낙이여

자식이 무언지

새끼가 무엇이기에

<91년 대학진학 철야기도>

허우적거린

널리 널리 넓적하게 펼치리

이내 마음 널리 온 누리 덮도록

허공 속에 허우적거린 너와 나

임이여

흐르는 조류에 내 님 휘말려서

잠시

내 곁을 떠나려나 보다.

마음에 포근한 잔디 심고

돌아 올 임을 위해

다듬고 가꾸어 보리. 

변해 버렸네

당신을 알기 전에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같이

부잘 것 없는 사내이었는데

당신을 알고부터는

넓은 바다

드높은 산

이렇게 변해 버렸네

허나

당신의 깊고 깊은 그 마음만

아직도 읽을 수 없네

밤과 낮 가리지 않고 알려고 해도

아직 가늠할 수 없는 내 님 당신

당신을 대할 때마다

냄비에 콩 볶듯

자그마한 가슴도 허공에 뜀박질하네. 

조용한 목소리

사랑하는 연인과 냇가에 나란히 앉아

가슴이 두근두근 무엇을 어찌 할지를 몰라

나는

애꿏은 풀만 쥐어뜯다가 용기를 내어

조용한 목소리로

난 난 . . .

그대를 진심으로 사 . . .

부끄러워 더 이상 말을 못하고 말았다

따사로운 햇살은 냇물에 반짝이고

향기로운 꽃 내음음 미풍에 실려 오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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